[건설이코노미뉴스] 지난 연재에 이어 이번에도 도급계약의 해제와 관련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아는 계약법상 일반원칙은 계약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에 의하여 법정해제권이 발생하거나 양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 뿐, 당사자 일방의 임의적인 의사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알고 있고 있다.
그러나 민법 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도급계약의 특성상 계약 성립 후 도급인의 사정변경으로 인하여 일의 완성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경우 계약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도급인에게 가혹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도급인의 임의해제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에도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것처럼 해제의 소급효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수급인은 수행한 부분에 대하여 원상회복을 할 필요 없이 기성부분을 도급인에게 인도하면 될 것이지만, 수급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계약이 해제되어 공사완료로 기대했던 수익을 제공받지 못한다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닌가?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673조에서 도급인으로 하여금 자유로운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도급인의 일방적인 의사에 기한 도급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도급인의 일방적인 계약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입게 될 손해, 즉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을 전부 배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37296, 37302 판결).
또한 위 규정에 의하여 도급계약을 해제한 이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인은 수급인에 대한 손해배상에 있어서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을 주장할 수는 없고, 이와 같이 과실상계나 손해배상예정액 감액을 인정하지 아니한다고 하여 이를 들어 사회정의, 건전한 사회질서,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이러한 점은 수급인에게 그 동안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거나, 그 약정 도급금액이 과다하다 할지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도급금액의 과다 여부나, 배상하여야 할 손해배상액의 적절한 분담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이행이익 전부의 배상을 명하였다 하여 사회정의, 건전한 사회질서 및 신의칙 위반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수급인이 준비하여둔 재료를 계약해제로 인하여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이를 다른 공사현장에서 처분하면 상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다고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수급인이 노력하지 않고 위 재료를 방치한 경우에도 도급인이 수급인의 손해를 책임져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 등이 채권자 또는 피해자에게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만 하는 것이므로, 민법 제673조에 의하여 도급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그 해제로 인하여 수급인이 그 일의 완성을 위하여 들이지 않게 된 자신의 노력을 타에 사용하여 소득을 얻었거나 또는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만이나 과실로 인하여 얻지 못한 소득 및 일의 완성을 위하여 준비하여 둔 재료를 사용하지 아니하게 되어 타에 사용 또는 처분하여 얻을 수 있는 대가 상당액은 당연히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공제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즉, 수급인의 노력을 타에 사용하여 소득을 얻었거나 또는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얻지 못한 소득 및 타에 사용하거나 처분하면 얻을 수 있는 대가가 어느 정도인지를 심리하여 그 부분을 손익상계의 법리에 따라 위 손해액에서 공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