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시재생은 리셋(Reset) 수준의 근본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 19일 ‘Reset 대한민국 도시재생 : 지난 10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재생 정책 방향 탐색’ 보고서를 통해 ‘1세대 도시재생’의 성과와 한계를 되돌아보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은 올해로 시행 10년이 됐다.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국정과제로 추진되며, 공적 자원이 대거 투입됐다. 하지만, ‘벽화만 그리다 끝난다’는 오명 들을 만큼 사업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일부지역에서는 ‘도시재생해제연대’를 결성하고, “도시재생 OUT, 재개발 OK”라는 현수막을 써 붙일 만큼 도시재생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지방소멸, 균형발전 등 여전히 국가적으로 도시재생 정책은 필요하다. 따라서, 지난 10년간의 ‘1세대 도시재생’을 심도 있게 고찰해 보고,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2세대 도시재생’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건산연은 ‘1세대 도시재생’의 한계로 ▲정책 효과성 부족(상당한 공적 자원을 투입했음에도 도시쇠퇴 문제는 개선되지 못함) ▲공공재원 투입 종료 후 지속성 부족(재정지원 종료와 동시에 사업 동력 급격한 상실 및 ‘마중물효과’ 미미) ▲민간부문(기업, 주민)의 참여와 투자 부족을 꼽았다.
또한 실망스러운 사업 결과의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 원인으로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 및 정책목표 혼란’을 지적했다.
즉, 정책 콘트롤타워인 중앙정부부터 현장까지, ‘재생은 재개발이 아니다’거나, ‘도시재생은 선진국에서 적용하는 착한 방식, 재개발은 후진국형 나쁜 방식’이라는 등 도시재생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널리 퍼져있었고, 여기서부터 ‘1세대 도시재생’은 근본부터 어긋나버렸다고 강조했다.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도시재생 정책의 본질적인 목적은 ‘쇠퇴도시 활성화’로,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보존형 방식과 전면철거형 방식을 포함한다”라며, “‘1세대 도시재생’에서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버려 대상지 상황에 맞게 유연한 사업 수단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경직된 이해로 인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 중 사업성이 양호해 전면재개발이 가능한 곳에서도 집수리, 골목길 정비 등의 방식이 적용됐고, 그 결과 주민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부연구위원은 “19C 중반 오스만 시장이 파리 대개조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프랑스 수도 파리는 폭 2m 내외의 구불구불한 골목길로 가득찬, 햇빛이 거의 들지 않고 상하수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악취가 진동하고 전염병이 수시로 창궐했던 도시였다”며, “만일 파리가 한국의 ‘1세대 도시재생’ 사업처럼 집수리, 골목길 정비 중심으로 물리적 환경을 개선했다면,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서는 실망스러운 사업 결과의 주요 원인으로 ▲도시재생 전략 및 접근방식의 문제 ▲잘못된 사업내용(도시 활성화에 기여하기 힘든 단위사업으로 사업내용 구성) ▲공공성과 수익성, 공공과 민간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이해, ▲현실성이 부족한 주민참여 및 공동체 관련 제도 설계를 꼽았다.
이와함께 건산연은 2세대 도시재생을 위한 다섯 가지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가장 먼저, 앞서 언급한 도시재생 개념 및 정책목표의 재정립이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도시재생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이 공공 혼자, 공공성만 중시해서, 공공재원만 가지고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사업 규모, 지속성, 파급효과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 도시재생 사례 연구를 통해 “민간이 더 잘하거나 민간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기획부터 실행까지 민간을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며, 공공지원 방식도 지금과 같이 ‘일단 공공이 선투자하고 민간투자가 뒤따르기를 막연하게 기다리는 방식’이 아닌, “민간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도록 공공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필요시 더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보고서에서는 “구도심에서는 ‘재생사업’, 옆 동네에서는 ‘정비사업’, 시 외곽에서는 ‘신시가지 개발사업’이 도시 전체적인 ‘큰 그림’ 없이 혼재돼 진행되고 있고, 구도심 쇠퇴를 가속할 수 있는 행정기관이나 교통거점의 시 외곽 이전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곳이 많다”며, 도시정책의 엇박자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도시공간 계획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이상적인 낙관과 관념에 바탕을 두고 설계된 주민참여 및 공동체 관련 제도설계의 문제를 지적, 실효성 있고 현실에 기반한 민간참여 제도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