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율갈등이 해외건설에 미치는 영향
해외건설협회 금융팀장 정창구
내달 한국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의 의제로 글로벌 환율문제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문제는 2008년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규모 재정지출과 최저수준의 정책금리를 통한 수출증대를 꾀하면서 경기부양을 도모하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국이 각국으로부터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하게 요구받고 있는데, 사실 중국은 자국의 수출촉진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무역흑자를 달성했지만 대부분의 다른국가들은 엄청난 환율왜곡에 따른 자국산업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IMF나 World Bank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결국 글로벌 환율갈등문제는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한국도 더 이상 이 문제를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원화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로화나 엔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미달러화 대비 약세기조를 이어가면서 수출증대의 큰 버팀목 역할을 해왔었다.
상기표에서 보듯이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로 환율의 변화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중국이 2005년부터 현재까지 통화바스켓제도를 시행해 오면서 환율변동폭을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수출기업을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국가들이 일본이나 유럽국가들 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중국은 안정적인 환율정책을 바탕으로 해외공사수주에 있어 무척 공격적인 금융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해외 각지에서 거침없는 수주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가 기술력이나 시공능력 등 많은 분야가 있지만 최근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경쟁력 있는 금융조건 제시여부'다. 경쟁력 있는 금융조건 중 가장 기초가 되는 가격 결정요소가 바로 '환율'이다. 특히 수출대금을 공사 수행실적 즉 기성에 따라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수령하는 해외건설업의 경우 수주단계에서 환율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전체 사업기간 동안의 환율 변동성이 전체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이기도 하므로 중국처럼 예측가능한 안정적인 환율흐름은 해외건설 전반에 걸쳐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해외건설협회에서는 작년말 여러 환율예측 기관의 전망을 근거로 2010년 평균환율을 1,100원 정도로 예측하였으나, 상반기 남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각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둔화되면서 환율은 예상보다 다소 높은 수준('10.1.1~'10.10.7 평균환율 : 1,163.70원)을 유지해 왔다. 최근 다소 급격한 환율하락이 있었으나, 연초 주요그룹에서 올해 사업계획에 반영한 환율은 대체로 1,100원 수준이었기에 때문에 아직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요 환율예측기관들에 따르면 내년도 원/달러환율을 대체로 1,050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수차례 언급했듯이 환율하락에 따른 대비가 상대적으로 잘되어있는 대기업은 이러한 환율 상황이 큰 문제가 아닐듯하다. 아니 상대적으로 이번 글로벌 환율 불균형을 잘 활용한다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급격한 환율하락이 대부분의 중견기업 이하의 해외건설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여지가 많다는 것이 걱정인 것이다. 해외건설업도 글로벌 환경속에서 더 이상 환율하락 문제를 운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일부 비용이 수반되더라도 주거래은행 등을 통해 전문가의 조언 등을 활용하여 본격적인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소극적 대비를 통한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적극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