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전략적 판단으로 돌파구 마련할 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
2008년 이후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가 4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의 국내 건설수주액은 2007년에 127.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는 민간 건설수주, 특히 주택수주의 침체에 기인하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침체가 지속됐던 주택수주와 민간 건설수주가 회복되고 있지만 회복 속도가 느리고, 지난 2년간 4대강 사업을 비롯해 발주가 양호했던 공공부문이 그동안 발주 증가의 영향으로 다시 발주가 감소함에 따라 전체 국내 건설수주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볼때 국내 건설시장은 2020년까지 현재 수주 규모와 투자 규모를 유지하며 성숙단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국가들의 지난 30년간 1인당 GDP와 GDP 대비 건설투자의 관계를 기초로 분석한 결과, 현재 GDP 대비 15% 수준인 국내 건설투자 비중이 2015년에는 13% 내외, 2020년에는 11%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설투자 규모는 국내 경제가 향후 지속적으로 3~4%의 성장을 한다는 가정 하에 2020년까지 연평균 1~2%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국내 건설시장은 향후 주택수주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민간 건설시장이 활기를 찾는다 해도 2007년의 수준을 넘어 재도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보다 20~30년 정도 앞서 자국 건설시장의 성숙기 진입을 경험한 구미 선진국 건설업체들은 자국시장 정체의 위기를 크게 두 가지 전략변화 경로를 통해 극복해 왔다. 첫째는 엔지니어링 및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해 소프트한 건설업체로 전환한 것이고, 두 번째는 유럽의 대형 건설업체들처럼 시공 이후 운영단계, 시공이전 원재료 제조 단계까지 수직 다각화를 시도한 것이다.
첫 번째 전략변화 경로에서 강조된 기술 역량은 성숙기 시장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신수종 상품 창출과도 관련이 있어 더욱 중요한 역량이다. 성숙기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건축물과 SOC시설물이 이미 건설되어 있지만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 초고층 빌딩, 대심도 철도/도로, 초고속 하이웨이/철도, 대규모 지하공간 개발, 해저도로, 신재생에너지, U-city 등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러한 신기술 기반 신수종 상품창출 전략을 구사할 경우 반드시 핵심 기술을 사내에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 토목이나 건축처럼 엔지니어링과 요소기술 연구개발 기능을 아웃소싱할 경우는 수익성을 크게 내기도 어렵고 최상위 업체로서 시장을 지배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정상권에 있는 유럽의 한 건설사는 관련 요소 기술 개발을 위한 R&D인력을 수백명씩 사내에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핵심 경쟁력으로 언급하고 있다.
구미 선진 건설업체들의 두 번째 전략변화 경로와 관련해 특히 국내 건설업계에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시공 외 운영이나 서비스 분야로의 다각화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향후 국내 건설시장이 정체된 이후 운영사업은 건설사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대안 중의 하나로 중요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운영사업의 경우는 시공 사업부문의 매출이 불안정한 가운데 안정적인 매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플랜트 시운전과 운영경험, 도로, 철도와 같은 민자 시설물의 준공 이후 운영경험, 임대주택 운영경험, 복합레저시설 운영경험, 자산관리 경험 등은 향후 해외 건설시장 진출에도 큰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미래를 꿰뚫는 현명한 전략적 판단으로 국내 시장의 성숙기 진입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더 나아가 구미 선진 건설기업들과 같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