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추진력으로 손꼽히는 명장(名將)”…김태곤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장
드론‧스마트 안경 활용한 원격검사 시스템 도입 등 검사혁신 이뤄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추진으로 안전관리원 경쟁력 강화 모색 대국민 안전서비스 확대 역점…“2개 법안 통과 위해 총력 기울일 것”
“법정기관화 올해 최대과제…안전기관 기반 확실히 다질 터”
“임기 내 반드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기계 안전 종합전문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국민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공공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지난달 22일 자로 임기 절반을 넘긴 김태곤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장의 일성이다.
그러나 그에게 맘에 찬 건설기계 안전관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 원장은 지난해 차세대 건설기계안전관리 플랫폼(새로이)을 개발해 선보이고, 드론을 활용한 타워크레인 검사시스템 도입, 법정검사 대상에서 제외된 군용 건설기계 안전관리 사업 첫 진입, 취약장비 검사를 위한 원격검사 시스템 개발착수 등 혁신적인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건설기계 안전 연구에 대한 시급성을 인식해 조직 내 건설기계연구개발센터를 신설한데 이어 지난 3월에는 기관 최초로 235억 원 규모의 국가 R&D 과제도 수주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동안 전무했던 건설기계 분야 국가R&D 영역을 김 원장의 의지로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다.
앞으로 고위험 건설기계 안정성 확보라는 연구테마로 5년간 안전관리원과 건설기계부품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6개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한다. 김 원장의 추진력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취임 후 김 원장은 안전관리원의 핵심 가치를 안전과 전문, 지속 가능, 혁신으로 정했다. 취임부터 지금까지 핵심가치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취임 이후 모든 경영성과 지표는 우상향으로 돌아섰다.
특히 지난해 그가 제시한 생애주기별 건설기계 안전 강화 등 3개의 경영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했고, 임직원의 중대 재해 발생은 제로를 지켜냈다. 기관 부채비율은 준정부기관 평균인 100%보다 절반 정도인 46.2%로 재정건전성도 ‘매우 양호’한 수준으로 낮췄다. 이 밖에 노사 소통과 비전·전략 이해도 등 소통지표 전반이 김 원장 취임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임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도와주고 지지해준 덕분입니다. 저는 함선으로 따지면 선장입니다. 리더는 선원들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독려하는 역할이죠. 함선이 안정적으로 순항하기 위한 역할은 선원들의 몫이죠. 선장은 문제가 있으면 직원들과 소통하며 최선책과 차선책을 찾아내고 결정하는 것이 저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언제나 업무를 수행할 때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그는 거의 매일 아침 임원과 간부진, 실무자, 지역검사소 전역을 돌며 격의 없이 소통하고, 문제점은 찾아내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건설기계 협단체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보폭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왕래가 뜸했던 건설기계 소유자 단체는 물론 산업, 정비, 매매 등 단체장과 현안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다.
“어느 생물학자가 이런 말을 했죠. 협력하지 않는 생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요. 악어와 악어새처럼 말이죠. 그래서 소통은 경영자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자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일 년 반 동안 안전관리원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김태곤 원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원장의 일문일답.
▲임기가 벌써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그 동안의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저는 취임한 이래 안전관리원의 역량 제고와 건설기계 소유자를 포함한 국민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기관상을 확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해 왔습니다.
임기 중 상당 시간은 코로나19로 인해 감염자가 발생하게 되면 국가에서 위임한 검사업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늘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내야 했고, 유관기관 대비 낙후된 전산 등 시스템 개편과 검사역량 강화, PDCA(계획→실행→점검→환류)형으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데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안전관리원은 20년 넘게 민간기관으로 운영되다 보니 공공행정을 원활하게 하기에는 늘 한계도 있었죠. 우수한 인력과 기술력을 갖추고도 각종 평가에서는 좋지 못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공공기관 정보공개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개인정보보호 평가에서도 낙제 수준에서 A등급으로 상승했습니다.
건설기계에서 배출되는 기후변화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검측기를 개발한 공로로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주관하는 2023년 대한민국 녹색 기후상 대회에서 38개 공공기관 중 1위를 차지해 환경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 기관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과 합심해 국민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공기관이 되도록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지난 1년 반동안 많은 노력을 하셨습니다. 어떤 것들이 기억에 남는지요.
우리 기관이 안고 있는 현안으로 첫 번째가 인력부족이고요, 두 번째는 재정건전성 유지입니다.
건설현장은 복합·대형화되고 있어 사람을 대체하는 건설기계는 계속 늘어나고 수요도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반해, 오랜 시간 민간영역에 속해 있다보니 재정문제로 인해 적정한 검사인력을 채우지 못했죠. 그래서 하루에 수백킬로미터까지 차량 운전을 해서 검사현장을 찾아가야 하는 검사원들 입장에서는 힘든 노동여건에 내몰린 것도 사실입니다.
안전관리원은 대부분 건설기계 검사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자체수입기관입니다. 정부 예산지원은 전무한 상태죠. 우리기관 설립목적인 건설기계 안전관리를 통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하는데 있어 부족한 재원은 적잖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반은 이들 현안을 풀어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어 갈까하는 고민이 컸습니다.
인력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다보니 대안으로 업무효율과 생산성을 높이는 차선책을 찾았습니다.
먼저 검사접수부터 배정, 일정안내, 결과입력 등 전 과정을 자동화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 문을 연 차세대건설기계안전관리 플랫폼은 이전에 팩스로 검사신청을 받고, 종이 결과서로 검사결과를 작성하는 체계에서 일처리 방식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로인해 검사원 1인당 하루평균 최소 1시간 이상 업무시간을 단축시켜 인력난을 해소하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제 현장 법정검사는 태블릿PC 등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검사기법으로 인해 업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기술(AI) 등을 접목해 급변하는 미래 업무환경에 대비할 예정입니다.
다음은 재정입니다. 우리기관은 대부분을 정부가 위임해준 건설기계 법정검사 수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매출은 약 220억원 정도인데 체계적인 건설기계 안전을 확보하고 관리하는 데는 충분치 않습니다.
검사는 노동투입형 사업 구조로 검사물량이 늘어나면 인력도 덩달아 늘어나서 경상경비가 계속적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지출예산의 유연성과 확장성도 취약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해 추진하는 일이었습니다. 지난 26년간 우리기관이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해 재정의 파이를 늘리고자 했죠. 결실도 적지 않았습니다.
작년 6월에 법정 검사대상이 아니었던 군용 상용장비를 대상으로 우리기관이 새롭게 안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국방부와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올해부터 육군, 해군, 공군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군용 건설기계를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기관설립 이후 최초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국가R&D 과제도 수주했습니다. 5년간 단계적으로 235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인데 부가가치가 높아 우리기관 재정안정화에도 큰 역할이 기대됩니다. 올해 첫 삽을 뜬 만큼 국민안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과제가 되도록 만전을 기할 예정입니다.
올해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좀 더 다양한 신사업 아이템 개발과 함께 시스템 자동화 등을 더욱 확대해 노동강도를 차츰 줄이는 노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우리사회의 안전은 경영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원장님의 안전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생각하는 안전은 첫째도 둘째도 예방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방식은 후진적인 안전관리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취임 직후 우리기관 경영전략으로 생애주기별 건설기계 안전관리 강화를 첫 번째 핵심과제로 선정했습니다. 그래서 사용 전 수행하는 건설기계 형식신고와 승인을 강화하고, 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은 장비의 안전성을 조기에 확보하는 과제도 성과지표로 선정해 관리했죠. 지난해 목표를 모두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획일적인 검사방식에서 벗어나 기종별, 사용연수별, 현장별로 구분하여 검사인력 투입과 검사방식을 차별화하는 방안도 강구 중입니다. 예를 들어 수백 톤에 이르고 10년 이상 된 기중기와 항타기 등 중장비와 사용한 지 몇년 안 된 3톤 미만의 지게차를 동일한 검사원과 동일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안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력과 검사의 차별화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전담 인력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어 본격화하지는 못했지만, 임기 중에 반드시 실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검사원의 안전사고 예방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건설기계 검사는 업무 특성상 검사대상 장비들이 이동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검사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야 합니다. 많게는 하루에 300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경우도 있죠. 검사원이 직접 운전으로 이동하다보니 교통사고 등 위험에 늘 노출돼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올해 안으로 안전 사전경보제(가칭)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눈이나 비가 내리는 날 조심해야 할 안전매뉴얼, 기종별 안전대응 매뉴얼, 검사 현장별 안전매뉴얼, 그리고 검사원의 컨디션별 안전매뉴얼 등을 마련해 사고를 미연에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입니다. 현재는 기획단계지만 상황별 세부적인 매뉴얼이 완성된다면 우리 검사원 안전에 상당한 도움이 예상됩니다.
▲올해 중점 추진사업은 무엇인지요.
올해 우리기관은 4대 전략방향에 21개 실행과제를 중점사업으로 선정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외딴 섬지역, 200km이상 장거리 현장, 벌목현장, 터널공사 등 고충현장을 대상으로 한 원격검사를 추진합니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 글라스(안경) 등을 활용한 원격검사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데, 조만간 단계별 세부적인 로드맵을 수립해 이행력을 높여나갈 생각입니다.
미수검 건설기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번호판 인식시스템 개발도 진행됩니다. 스마트폰 렌즈로 건설기계 번호판을 인식하게 되면 자동으로 검사를 받은 장비인지 아닌지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미수검 등 불법 건설기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드론을 활용한 건설 현장 내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검사도 본격화됩니다. 지난해 시범운영을 마쳤고, 올해부터 중대형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적용해 나갈 예정입니다. 검사원이나 조종사가 확인하기 어려운 붐대 균열 등도 점검이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됩니다.
전기·수소엔진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건설기계와 원격으로 조정하는 무인 건설기계 등 차세대 장비를 대상으로 한 검사기준도 마련합니다. 현재 국제표준(ISO)과 유럽기준(EN) 등 다각적으로 검토 중에 있고, 연내 가시적인 성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중으로 대부서화 등 조직개편도 추진됩니다. 유사기능 부서는 통폐합 및 업무를 융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신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해 성장 기반동력도 강화합니다. 우리기관 법정기관화도 속도감 있게 추진합니다. 현재 여야 모두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현재 국회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국회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법정기관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크게 세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현재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해 검사기관으로 지정된 상태인데, 법으로 우리기관의 역할과 임무를 명확히 합니다. 기관명도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에서 한국건설기계안전원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재 타워크레인에 한 해 수행하는 사고조사 기능이 27개 전기종으로 확대됩니다. 이렇게 되면 건설기계 유사사고 재발방지와 연중 수백 건에 이르는 건설기계 안전사고 감소로 국민안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건설기계 조종사 교육기관 지정 및 경력관리에 대한 내용과 국가예산 지원을 위한 근거도 마련됩니다. 재정 안정화가 확보되는 좀 더 질 좋은 건설기계 안전서비스 제공이 강화될 것을 확신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건설기계는 우리나라 건설산업을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위험한 일을 대신하고, 건설작업 현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일조했죠. 최근에는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전기굴착기와 지게차, 수소덤프트럭 등 친환경 건설기계가 확대되고 있고, 원격으로 운전이 가능한 무인 건설기계 등 차세대 건설기계 기술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기관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본연의 업무인 건설기계 안전을 강화하는 데 역할과 소임을 다할 계획입니다. 국내를 넘어 세계를 대표하는 안전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각종 시스템을 첨단화하고, 안전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건설기계 안전관리로 국민행복을 견인하는 공공기관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