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의서인 <황제내경(黃帝內徑)>에서는 오미(五味)-신맛(酸味), 쓴맛(苦味), 단맛(甘味), 신맛(酸味), 짠맛(鹹味)의 성격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그 중 신맛(酸味)에 대하여는 수렴(收斂), 고삽(固澁) 즉, ‘안으로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맛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는 곧 입안에 침을 돌게 하고, 안으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서 식욕을 돋게 하고 늘어진 몸을 팽팽하게 해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새콤하면서 자극적인 산취(酸臭)를 가진 모든 음식은 위와 같은 수렴, 고삽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식초를 위시하여 매실, 레몬, 오미자 등을 먹었을 때 이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신맛의 성질과 동일하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신맛을 내는 약재를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데, 오미자는 지나치게 땀이 밖으로 흐르는 것을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지한의 효과가, 오배자는 설사를 거두어들이는 지사의 효과가, 금앵자는 정기(精氣)가 새는 것을 거두어들이는 지유의 효과가 각각 있어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가는 한출(汗出), 설사(泄瀉), 유정(遺精)등의 질병을 치료하는 기본 약재로 사용한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고 기운이 많이 빠질 때 한방에서는 ‘생맥산(生脈散)’이라는 처방으로 쳐진 기운을 북돋고 땀을 덜 흘리게 하여 기를 보충하게 하는데, 생맥산의 재료 중 ‘오미자(五味子)’의 신맛이 약효에 주된 영향을 미친다. 생맥산은 신맛의 안으로 거두어들이는 효과를 백분 발휘한 여름철 보기(補氣) 처방이다.
또한 신맛은 거두어들이는 수렴의 성질 외에 쭉쭉 뻗어나는 나무(木), 상큼한 봄(春), 푸른색(靑)에 속하는 맛이다. 피로하고 지쳐있을 때 신맛 나는 음식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 상큼한 봄 잔디같이 금새 생기와 의욕을 불러일으켜 기운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임산부가 신맛을 유별나게 먹고 싶어하는 이유 또한 신맛이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여서 무언가를 생성시키는 봄의 잉태 기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독 신맛이 입에서 당기는 것이다.
또한, 신맛은 간(肝)과 심포(心包)를 지나는 궐음(厥陰) 경락에 속하는 맛이다. 궐음 경락은 지성리듬과 관련되 있어 생기를 돋구며 지식 섭취욕을 증대시킨다. 수험생에게 신맛 나는 음식을 섭취하게 하는 것은 공부를 더 잘 하게 하는 효과를 줌은 물론이다. 참고로, 단맛은 정신적인 긴장을 풀어주고 몸을 편안하게 해주므로, 수험생이 피해야할 음식이다. 그외에 건망증이 심한 사람도 시큼한 음식을 먹음으로서 궐음 경락을 보충해주어야 하며 또한, 의욕이 없고 몸이 자꾸 늘어지는 사람에게 신맛은 긴장을 주고 생기를 보충해주어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하므로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동의보감>에 ‘신맛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마음에 욕심이 많이 생기고 지나친 의욕을 불러일으켜 건강을 상하게 된다’고 하였으니 과도한 신맛의 섭취로 인해 신맛에 해당되는 목(木)의 기운-바람(風), 간(肝) 기운, 과도한 욕심, 높은 성취욕-이 너무 강해지므로 신체 내 오행(五行) 원리의 균형이 무너지게 되어 중풍(中風),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간장 질환(肝臟 疾患)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적정한 섭취를 요한다.
이러한, 신맛은 거두어들이는 기운이 강하므로 뚱뚱한 사람이 신맛을 과하게 섭취하면 몸 안에 기운이 더욱 축적될 뿐 아니라 식욕도 돋워지므로 체중이 더욱 늘어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신맛은 인체에 여러 가지 이로움을 가져다주는 맛이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됨을 늘 염두에 두고 식탁에는 항상 오미(五味)의 음식을 골고루 갖추어 식색활을 즐기는 것이 올바르다 하겠다.
■정이안 원장
한의학 박사로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50’, ‘내 몸에 스마일’,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등이 있다. www.j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