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다. 스트레스의 輕重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스트레스를 안고 산다. 그러나 같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절반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두 배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이 문제다. 스트레스 때문에 질병이 생기는 사람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스스로 몇 배로 증폭시키는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낙제점 수준이다.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스틀스 해소방법에 관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소극적인 해소법인 “잠을 잔다”와 건강을 해치는 “술을 마신다”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TV 시청, 컴퓨터 게임 등 건강에 안좋은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는 결과였다. 미국의 경우는 다르다. “음악감상 등 취미활동”, “가족, 친구와의 대화”, “기도나 묵상”, “운동”이 각각 1 ~ 4위고 흡연이나 음주로 답한 사람은 많지 않다.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풀어줘야 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얼마 전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책 싸인회를 겸한 스트레스 자가진단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설문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스트레스 정도는 놀랍게도 대부분이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수준이었고, 현재 스트레스 때문에 앓고 있는 질병도 한 사람이 동시에 4-5가지 이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현주소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은 도처에 깔려있다. 지나친 소음, 강렬한 빛, 불쾌한 냉난방 설비, 타인의 무례함, 타인과의 갈등, 꽉 짜인 규칙, 형식적인 절차, 결혼, 이혼,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 직업의 상실, 승진, 정년퇴직, 아기의 탄생, 입학, 졸업, 가족 간의 불화, 돈을 빌림, 과태료 통지서를 받음, 빌린 돈의 만기가 다가오는 등의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있는 반면, 과중한 스케쥴, 불충분한 수면시간, 비관적인 자기생각, 자신을 과소평가, 비현실적인 기대감, 독선적인 소유욕, 경직된 사고방식, 완벽주의성격 등의 내부적인 스트레스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은 우리 몸은 곧바로 적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상태로 비상가동 되는데, 맥박과 혈압이 상승하고 호흡이 빨라지고 근육은 긴장한다. 뇌,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은 늘어나고 피부와 오장육부로 가는 혈류는 감소하며,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 지방, 당 성분은 늘어난다. 이런 비상 가동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드디어 몸속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곧 스트레스성 질병이다. 이 질병들은 흔히들 “신경성”이라는 머리말을 질병 앞에 달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두통, 소화불량, 위궤양, 과민성 대장증후군, 각종 피부질환, 당뇨, 갑상선 질환, 불면증, 우울증, 감염성 질환, 탈모, 생리통, 무월경, 불임, 비만, 성기능 저하, 공황장애등이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들이며, 심장병의 75%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으며, 암과 중풍도 스트레스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들을 나타나게 하는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 또는 말초적인 쾌락으로 해결해보려고 하다가는 스트레스로 병들어가는 몸을 더 죽이는 꼴이 되고 만다. 몸을 살리면서 스트레스를 절반으로 만들어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
< CEO분들께 추천하는 긍정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방법 몇 가지 >
* 노트에 쓴다.
머릿속에 뒤죽박죽 엉켜있는 일들 때문에 마음이 산란하고 괜히 불안하고 집중이 안 될 때는 노트에 머릿속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생각들의 리스트를 작성해본다. 생각나는 대로 일단 한 단어씩 주욱 써내려가 본다. 그리고 나서 혼자 해결할 일과 다른 사람과 의논할 일, 그리고 시간을 좀 더 두고 기다려 봐야 할 일 등으로 제목들을 분류한다. 눈에 보이게 리스트를 직접 손으로 써보면 생각만 하고 있을 때보다 훨씬 정리가 잘 되어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도 잡을 수 있다.
*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면 엔돌핀이 생긴다. 엔돌핀(endorphin)이란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모르핀이라는 뜻이다. 모르핀은 식물에서 추출해서 만들어낸 강력한 진통제다. 이 모르핀보다 200배나 진통작용이 강한 물질이 우리의 몸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데, 바로 엔돌핀이라는 뇌 내 마약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엔돌핀은 우리 몸의 모든 신경세포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 내게 되며 중독성도 없으며, 신체를 안정시켜 주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신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에게 엔돌핀이 나오는 때는 잠잘 때, 웃을 때, 사랑할 때, 감동받았을 때, 그리고 운동할 때다. 즉 엔돌핀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서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운동을 하면 자부심이 커져서 심리 상태도 향상될 수 있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을 뿐만 아니라, 외모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순환기가 자극을 받고 근육 긴장이 감소하기 때문에 피부 표면의 혈액 흐름이 원활해져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가 된다. 그 외에 몸의 균형과 자세가 좋아져서 더욱 자신감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다. 즉 운동은 사람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주는 최적의 방법이다.
* 걷는다
걷기는 뇌를 자극해서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을 증가시켜 정신적으로 좋은 영향을 줘서 안정감을 높여준다. 걷기는 정신과 몸 모두를 조화롭게 하는 가장 인간적인 움직임으로, 정신적 안정이나 감정조절 등 우울증과 불안 증상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자신의 여건에 맞으면서 마음에 드는 시간에 늘 걸으면 생체리듬이 조화로워지면서 스트레스와 연관된 호르몬의 분비가 안정되어 감정조절이 쉬워진다.
* 취미 생활을 한다.
요리하는 일은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 요리에 집중하는 시간 동안은 잡념이 생기기 힘들다. 요리하는 동안 뇌가 활성화되고, 기분전환도 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잡념을 없애는 묘한 힘이 있다.
춤을 추자. 운동은 싫어하는 사람도 춤이라면 즐거워하는 것을 흔히 본다. 살사, 벨리, 라틴, 스포츠, 재즈 댄스 등 다양한 춤 중에 흥미 있는 것을 배워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시간동안 모든 것을 잊고 몰두할 수 있어서 엔돌핀을 솟게 한다.
식물을 기르는 작업도 좋다. 식물을 기르는 작업은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려주며, 매일매일 자라는 식물을 보고 가꾸면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주말 농장에서 채소를 가꾸는 일도 적당한 운동이 되며 일광욕도 되어 뇌를 활성화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세로토닌을 많이 분비하게 하므로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 음악과 함께 한다.
노래를 부르면 슬픔, 공포, 긴장감이 해소되고 몸과 마음의 상태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마음이 안정되고 과도한 정신적 긴장이 풀어진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좋은 음악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자아를 통합해서 정서적 균형을 유지시킨다. 녹음된 음악을 듣는 것보다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듣는 것이, 그리고 남의 연주를 듣는 것보다는 자신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은 녹음된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 잠시 떠난다.
여행은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부터 멀어져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여유를 주며, 즐거운 자극으로 뇌를 새롭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바닷가의 파도소리를 들으러 가도 좋다. 파도 소리나 잔잔한 시냇물 소리의 자연음은 ‘자연 리듬의 효과’라고도 불리는 ‘1/f파’ 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들으면 신체의 생체 리듬과 반응해서 심신이 이완되고 스트레스가 풀리며 컨디션이 좋아진다.
■정이안 원장한의학 박사로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50’, ‘내 몸에 스마일’,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등이 있다. www.j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