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사업성 양호한 곳 “원활한 사업진행 위한 물꼬 터줘야”
[건설이코노미뉴스] 최근 금리 상승 속도가 시장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 분양시장, 기존 주택시장, 금융시장이 함께 어려워지는 복합위기로 확대될 가능성 높아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충재)은 15일 서울시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위기의 주택시장 : 진단과 대응’ 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한국주택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세미나는 침체기에 진입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리스크를 점검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자 기획됐다.
첫 번째 세션 ‘주택시장진단과 정책대응 :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비교를 중심으로’(허윤경 연구위원)에서는 현재 주택시장을 진단하고 정책 대응을 주문했다. 해당 세션에서는 주택사업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보다 생생한 시장 체감 경기를 진단했다.
한국주택협회 회원사 대상 건설 및 주택사업 경력자 70명 설문 결과, 70인 중 66%는 경착륙 가능성 큰 것으로 판단했고, 경력 10년 이상은 69%가 경착륙 가능성 높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수요 진작 정책을 중요하게 평가했는데, LTV 및 DSR 완화 → 조정대상지역 해제 →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 →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순으로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인식했다. 8·16대책 중에서는 인허가 절차 개선을 가장 유의미하고 시급한 과제로 평가했다.
최근 경제 위기를 불러온 레고랜드발 부동산 PF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지속적 대응을 강조했다.
건산연 허윤경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건전성 강화했으나, 부동산금융은 오히려 더 위험한 비은행권 비중 높아졌다”며 “금융부실은 시차를 두고 현실화됨에 따라 지속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도권 아파트의 전체 주택 대비 거래량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 감소는 주택시장 내부, 연관산업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 크고 서민경제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다.
허 연구위원은 “가격 하락, 거래 감소, 판매 저조, 금융 리스크 확대 상황 종합하여 현재 주택시장 침체기 진입했다”고 진단하면서, “11.10일 정부의 신속한 대응은 환영한다. 그러나, 현재의 금리 상승 속도는 주택시장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주택시장이 복합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평가 및 제도개선 사항 : 서울시 정비사업을 중심으로’(이태희 부연구위원)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의 정비사업 정책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건산연 이태희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택시장이 매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입지의 주택수요는 여전하다”면서, “수요가 있는 곳에 품질 높은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정비사업의 활성화는 현 정부 주택공급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주택업계에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이 부연구위원은 “상당수 정비사업 현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과도하고 경직된 규제만 완화해도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물가상승 우려로 정부의 재정지출이나 유동성 공급에 많은 제약이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규제개선만으로도 사업 활성화가 가능한 정비사업은 업계 어려움 극복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8.16대책 등 정부의 제도개편안에 대해서는 “정부의 제도개편 방향은 대체로 긍정적이나 미흡한 점도 일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건산연은 안전진단·분상제·재초환 등의 개선, 통합심의 확대 등 현장에서 요구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제도개선이 완료되면 사업 활성화와 신속한 추진에 다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분상제, 재초환 등의 제도개편 폭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분상제, HUG 분양보증 제도개편 외에는 아직 시행된 것이 없는 등 제도개편 속도가 늦고, 사업구역 지정과 인허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자체 소관 분야에서는 제도개편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연구위원은 서울시 전(全) 조합과 주요 시공사를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와 37명의 주요 현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를 바탕으로 제도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사안(시공사 선정시기, 공사비 검증제도, 신통기획)에 대해 자세히 고찰해보고 제도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설문조사 결과 정책 취지와 현장과의 괴리로 사업지연, 불필요한 비용상승 등의 부작용이 심각한 점이 확인됐다”며 “시공사 선정 시기 조기화, 공사비 검증제도의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의 신통기획은 취지는 바람직하나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 일방적 추진이 우려되는 만큼 정책 목표와 취지 달성을 위해서는 토지주들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