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의 회사 생활은 직속상관의 기분에 따라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K양은 머리에 가시 왕관을 둘러쓴 것처럼 쑤시고 꽉 조이면서 아파서 눈을 뜨고 있기도 힘든 증상이 생겼다.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은 결과 ‘스트레스성 두통’이라는 진단을 받은 K양은 직장 상사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참느라 생긴 증상이라고 판단하고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머리 아픈 것처럼 참기 어려운 고통은 없다. 그런데 두통 그 자체는 병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기는 증상일 뿐이다. 그래서 당장 머리의 통증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원인을 찾아내서 뿌리부터 치료해야 한다. 심한 두통이 주기적으로 생긴다면, 크게 세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첫째는 뇌종양, 뇌혈관 등의 뇌 속의 문제, 둘째는 혈압, 소화 장애, 감기 등의 오장육부 질환의 문제, 셋째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등의 마음의 문제다.
뇌와 오장육부 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정밀 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지만, 마음의 문제는 확인이 어렵다. 아무리 검사를 해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인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성 두통 또는 편두통일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성 두통은 신경을 많이 쓰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 생기는데, 특히 20~40대 여성에게 잘 생긴다.
증상은 주로 관자놀이와 뒷목, 머리 뒤쪽, 어깨 등이 뻐근하고 조이거나 쑤시고, 식욕부진, 조바심, 밝은 불빛에 대한 예민한 반응, 어지럼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기간 중에는 두통의 정도가 심해지며 아침에는 편안하다가도 오후가 되면 심해져 저녁에는 구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쪽 머리가 아프다’는 뜻의 편두통(偏頭痛)은 눈앞이 아른거리고,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전조 현상이 10~20분간 지속되다가 두통이 맥박이 뛰는 것처럼 생기고 메스꺼움, 구토,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 또한 원인은 과로나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성 두통은 흔히 두피 근육이 계속 수축하면서 생긴다. 그래서 압박감이나 조이는 느낌, 또는 머리나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 띠가 머리를 두른 듯 둔하고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진다. 이런 두통은 진통제로 곧잘 다스려진다. 그러나 만약 당신에게 오랫동안 어떤 형태로든 주기적으로 두통이 있다면, 무작정 참거나 반대로 진통제에만 의존하지 말라. 뇌나 오장 육부가 원인인 두통이든,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이든 간에, 오래된 두통은 심각한 질환을 나타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으니 꼭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스트레스성 두통은 한의치료가 상당히 효과적이다. 침은 두피 근육과 뒷목 근육을 편안히 풀어주고 수축되어 있는 두피의 혈행을 순조로워지도록 돕는다. 한약 처방은 예민하게 날이 서 있는 감정을 누그러뜨려서 마음과 몸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스트레스성 두통을 예방, 치료하는 생활수칙과 음식 >
첫째, 충분히 잠을 자라
머리가 아플 때는 무엇보다도 규칙적이고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 수면은 스트레스로 인해 긴장된 뇌와 몸을 이완시키고 정상으로 회복시켜주는 좋은 약이 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는 잠만 충분히 자도 낫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면 두피 근막과 미세혈관의 수축이 더 강해지므로 두통이 더 심해진다. 두통은 수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둘째, 따끈한 욕조물에 20분 몸을 담그라
낮 동안의 스트레스로 항진되어 있는 교감신경이 안정되고 서서히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수면 모드로 뇌와 몸이 편안해질 수 있다. 단, 뜨거운 욕조물은 수면을 더 방해할 수 있으므로 따끈한 욕조물 온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잠자기 1~2시간 전에 하는 것이 좋다.
국화차: 스트레스로 두통이 심할 때는 들국화(한약재 시장에 가면 ‘감국’이라는 약재명으로 판매하고 있다) 끓인 물을 차처럼 마시면 머리가 개운하고 시원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추: 상추 잎이나 줄기에는 쓴맛을 내는 우윳빛 즙액이 들어있는데, 이것은 진통과 최면 효과가 있는 락투세린(Lactucerin)과 락투신(Lactucin) 성분이다. 이 성분은 가슴에 막힌 기운을 풀어서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고, 예민해진 신경을 편안하게 다스려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 아플 때 꼭 먹어야 할 채소다.
■정이안 원장 : 한의학 박사로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이다. 저서로는 ‘몸에 좋은 색깔음식50’, ‘내 몸에 스마일’, ‘샐러리맨 구출하기’, ‘스트레스 제로기술’ 등이 있다. www.j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