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이코노미뉴스]오늘날의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거주형태는 아파트이며, 아파트는 건축물의 벽ㆍ복도ㆍ계단이나 그 밖의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각 세대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으로서 법률상 ‘공동주택’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정한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민들만으로 관리하기가 어려우므로 주택관리업자, 즉 관리업체를 선정하여 공동주택을 관리하게 된다. 공동주택의 적절한 관리는 입주민들의 생활의 질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관리업체의 선정 및 관리업무의 수행은 입주자대표회의가 가장 우선하여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공동주택의 입주자대표회의는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입찰을 통하여 선정된 관리업체와 공동주택의 위·수탁 관리계약을 체결한다. 관리업체는 다시 공동주택의 경비 및 청소를 위한 계약을 관련업체와 체결하여 관리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관리업체의 관리업무 수행에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계약에 따른 대금을 지급하여야 하며 통상적으로 관리업체가 다시 위 경비업체나 청소업체에 지급하여야 할 비용이 포함되는데, 이 때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업체에 지급한 계약대금이 실제 지출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이 대금이 관리업체에 귀속되는지가 문제된다. 특히 퇴직금 등은 근로자가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계속 근로하여야 발생하므로, 위 관리 및 경비, 청소 등의 근로자가 1년 미만의 기간 내에 퇴직할 경우에 그 부분에 해당하는 관리업체의 퇴직적립금 등에 대한 부당이득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는 관리업체와의 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이고,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급한 금액은 민법 제687조에 따라 수임인에게 지급하는 선급금이므로, 이를 실제 지출하지 않았다면 이를 위임인인 입주자대표회의에 반환하여야 한다는 입장(대법원 2015. 11. 26.선고 2015다227376 판결 참조)이다. 반대로 관리업체 및 용역업체는 해당 계약이 도급(용역)계약이고 계약대금이 총액적으로 정해진 것이므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맞서게 된다.
이러한 분쟁에 대하여 판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성질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여 그 성질에 따라 다르게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계약의 성질이 위임에 해당하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급한 대금을 선급금으로 보아 미지출한 금액에 대해서는 반환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반대로 도급계약의 경우에는 이러한 반환의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계약의 성질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무엇일까?
법원은 계약의 형식적인 명칭보다는 실제 내용으로 그 성질을 판단하고 있다. 우선 민법상 도급계약은 어떠한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대가로서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이며 대표적으로 공사도급계약이 그러하다. 반면 관리계약 및 각 경비·청소용역계약의 내용은 어떠한 일의 완성 내지 불완성으로 평가되기는 어려운 성질의 것이므로 이를 도급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민법은 위임계약에 대하여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고 규정(민법 제680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임인에게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민법 제681조) 및 보고의무(민법 제683조), 그리고 위임계약 상 선급비용 등의 반환(민법 제684조)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판례는 통상적으로 계약내용 중 위와 같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보고의무 등이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계약을 위임계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관리업체와 경비, 청소용역업체 사이의 계약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 마찬가지로 이를 위임이라 보고 미지출 선급금의 반환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이 때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업체의 사이는 위임계약이, 관리업체와 각 경비 또는 청소용역업체 사이에는 당초 위임계약을 기초로 한 재위임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에 대하여 지난 2022. 5. 24. 선고된 유사 사건(부산지방법원 2021가단8*** 부당이득금반환)에서는 “이 사건 계약서의 명칭이 ‘도급관리계약서’이나 계약의 명칭만으로 계약의 법적 성질이 결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계약서에서 정한 각종 업무의 내용은 이 사건 아파트 건물의 관리 및 입주자 등의 공동이익에 관한 것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그 내용이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의 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계약서에서는 피고들(관리업체 등)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 계약서의 전반적인 내용은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요구하고 있고, 일정한 일의 완성을 위하여 어떠한 노무를 어떻게 제공하는지가 수급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도급계약과 달리 원고(입주자대표회의)가 피고들(관리업체 등)에게 광범위한 지도 , 감독을 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각 계약을 위임 및 그에 기초한 재위임으로 보았고 이를 근거로 피고들인 관리업체와 경비, 청소용역업체가 미지출한 퇴직적립금 및 연차적립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무법인 태성 박규훈 변호사(건설분쟁 문의(032-873-9290)>
■박규훈 건설전문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건설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재개발, 재건축전문변호사 ▲아파트하자소송 변호사 ▲전) 팜팩토리 법률 자문 변호사 ▲전) 예그리나 법률 자문 변호사 ▲인하대학교 법학과 졸업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사법연수원 하계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