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최초로 미국서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EPC 따내
[건설이코노미뉴스-박기태 기자] SK건설이 올들어 해외 플랜트 부문에서 신규 국가∙공종 진출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혈경쟁으로 포화 상태인 전통시장을 피해 ‘플랜트 블루오션’에 뛰어들면서 수익성 제고와 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다는 평가다.
SK건설은 최근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공동으로 60억400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칠레에서 12억 달러 짜리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공식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계∙조달∙시공∙운전을 도맡아 하는 이번 플랜트 공사로 SK건설은 이라크와 칠레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된다.
이달 초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찰스호 인근에 연산 340만톤 규모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를 짓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매그놀리아 LNG와 체결했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메이저사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액화플랜트 시장에서 SK건설이 한국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EPC(상세설계·조달·시공) 공사를 따낸 것이다.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칠레 레드 드래곤(red dragon) 화력발전소, 미국 루이지애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등 3개 플랜트의 총 수주 예상액은 42억8000만 달러(4조5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같은 수치는 SK건설이 2월 현재 수주가 확실시되는 총 물량 10조5000억원의 43%에 해당하는 규모다.
SK건설 관계자는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하고 전략적 접근을 시도한 끝에 신규발주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와 플랜트 공정에 연달아 진출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어 뿌듯하다”며 “이들 프로젝트 수행으로 안정적 수익을 거두는 것은 물론 추가 수주 역시 기대된다”고 말했다.
SK건설은 지난 2011년 이라크 내 최대 규모인 도라(Daura) 정유플랜트 현대화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수행한 이후 기회를 엿보다가 이번에 단일 플랜프 공사로 역대 최대 규모인 카르발라 정유공장 공사를 따냈다. 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이룬 성과여서 더 빛났다.
석유매장량 세계 5위의 자원부국인 이라크는 전후 복구를 위해 일산 320만 배럴 수준의 원유생산량을 202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는 900만 배럴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정부는 2013~2017년 4년간 원유정제시설 투자에 800억 달러를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져 한국 건설업체의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칠레에서도 곧 수주 낭보가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은 지난 2009년부터 칠레 발전시장 진입을 준비해 2년 만인 2011년 민간발전회사인 이씨엘(E-CL)이 발주한 ‘레드 드래곤’ 화력발전소 입찰에 참여했고, 업무범위 변경과 제안서 수정∙제출 등을 반복해 온 끝에 지난해 6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미국 루이지애나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공사 수주는 SK건설에 중소형 가스전 추가 수주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천연가스 액화플랜트는 중소형 플랜트인데, 전세계의 미개발 중소형 가스전이 13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전체 가스자원 매장량의 32%를 차지하며 최근 개발붐이 일고있는 셰일가스는 중소형 플랜트로 시공할 경우 사업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SK건설은 APCI, 코노코필립스 등 원천기술을 보유한 두 메이저업체가 벡텔∙테크닙∙KBR 등 세계 굴지의 건설사들과 함께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시장에 새로 진출함으로써 중소형 가스전 추가 수주의 문이 활짝 열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SK건설은 지난해 12월 이집트에서 독일 린데사와 공동으로 36억 달러 짜리 에틸렌∙폴리에틸렌 생산시설 공사를 수주했는데 이 역시 글로벌 메이저 건설사들만이 수행했던 공종의 공사였다.